• 전 등 록

낭주(朗州) 덕산(德山) 선감(宣鑑) 선사

불암산 2011. 8. 17. 03:30

      길주(吉州) 청원산(靑原山) 행사(行思) 선사의 제4세 예주(澧州) 용담(龍潭) 숭신(崇信) 선사의 법사(法嗣) 낭주(朗州) 덕산(德山) 선감(宣鑑) 선사 그는 검남(劍南) 사람이니, 성은 주(周)씨였다. 귀밑머리를 딸 시절에 출가했다가 나이가 차자 구족계를 받고, 율장(律藏)을 정밀하게 연구하였으며, 성종(性宗)과 상종(相宗)의 여러 경전의 깊은 뜻을 두루 통달한 뒤에 항상 금강반야경(金剛般若經)을 강의하였으므로 사람들이 주금강(周金剛)이라 불렀다. 그 뒤, 선종(禪宗)을 찾아가는 길에 동학들에게 말했다. "한 터럭이 바다를 삼켜도 바다의 성품은 손상되지 않고, 겨자씨를 칼 끝에 던져도 칼 끝은 움직이지 않는다. 배울 것과 배우지 않을 것을 내가 안다." 그리고는 용담 숭신 선사를 찾아가서 문답한 것은 단지 한 마디뿐이었다. 대사는 곧 하직하고 떠나려 하다가 용담이 만류하기에 하룻밤을 밖에서 잠자코 앉아 있었다. 이에 용담이 물었다. "왜 돌아가지 않는가?" "어둡군요." 용담이 촛불을 켜 주고, 대사가 받으려는 찰나에 용담이 불어서 꺼버렸다. 이에 대사가 절을 하니, 용담이 물었다. "무엇을 보았는가?" "지금부터는 천하 노화상들의 혀끝에 조금도 의혹되지 않겠습니다." 이튿날 떠나버린 뒤에 용담이 대중에게 말했다. "어떤 사람이 하나 있는데 어금니는 칼과 같고, 입은 핏동이[血盆] 같다. 한 방망이를 때려도 고개도 돌리지 않을 사람이니, 언젠가는 우뚝한 봉우리 위에서 나의 불법을 세우리라." 대사는 위산으로 가서 법당 서쪽에서 동쪽으로 지나가 방장을 돌아보니, 위산이 말이 없었다. 이에 대사가 말했다. "없구나, 없다." 그리고는 뛰쳐나와 큰 방 앞으로 가서 "그렇지만 경솔할 수는 없구나."라고 말하며 위의를 갖추고 올라가서 다시 뵈었다. 문턱을 들어서자마자 방석을 번쩍 들면서 말했다. "화상." 위산이 불자를 잡으려 하니, 대사가 할을 하고는 뛰쳐나갔다. 저녁이 되자 위산이 대중에게 물었다. "오늘 새로 온 선승이 어디에 있는가?" 대중이 대답했다. "그 선승은 화상을 뵙고 다시는 큰 방을 돌아보지도 않고 떠나 버렸습니다." "그 선승이 누구인 줄 아는가?" "모릅니다." "그가 뒷날에 주인 노릇[把茅蓋頭]을 하게 되면 부처와 조사마저도 모두 꾸짖을 사람이다." 대사가 30년 동안 예양에 살다가 당(唐) 무종의 법란[武宗廢敎]을 만나 독부산(獨浮山)의 석실(石室)로 피해 갔다. 대중(大中) 초에 무릉 태수 설정망이 덕산정사(德山精舍)를 다시 수리하여 고덕선원(古德禪院)이라 부르고, 밝은 종사를 구해 주지로 삼으려는 끝에 대사의 덕행을 듣고 자주 청했으나 대사는 끝내 산에서 내려가지 않았다. 이에 정망이 거짓 계교로 아전을 보내 차와 소금의 법을 범했다 하고, 대사를 데리고 오게 하여 뵙고 예배한 뒤에 주지 맡기를 굳이 청하여 종풍을 크게 드날리게 되었다. 대사가 상당하여 대중에게 말했다. "자기에게 관계치 않는 일을 망령되게 구하지 말라. 망령되게 구한 것은 얻어도 얻은 것이 아니다. 그대들은 다만 사물에 무심하라. 사물에 대하여 무심하기만 하면 비고도 신령스럽고 공하고도 묘하려니와 만일 털끝만치라도 근본과 끝이 있다고 말하면 모두가 스스로를 속이는 것이 된다. 털끝만치라도 생각에 얽매이면 삼도의 업인(業因)이 되고, 잠깐이라도 망정을 일으키면 만 겁의 굴레가 된다. 범부와 성인이란 말이 온통 메아리요, 잘생기고 못생긴 것이 모두가 환이거늘 그대들이 구한다는 것이 어찌 허물이 아니랴. 더구나 그것을 싫어 한다면 또 하나의 큰 병을 이룬다. 끝내 무익한 일일 뿐이다." 대사가 상당하여 말했다. "오늘 밤에는 문답을 하지 않겠다. 묻는 자는 30방망이를 때리겠다." 이 때에 어떤 선승이 나서서 절을 하려는데 대사가 얼른 때리니, 중이 말했다. "저는 아직 아무 말도 묻지 않았는데 화상께선 왜 저를 때리십니까?" "그대는 어디 사람인가?" "신라 사람입니다." "그대가 배에 오르려 할 때에 30방망이를 때렸어야 좋았을 것이다." 어떤 선승이 와서 뵈니, 대사가 유나에게 물었다. "오늘 몇 사람이나 새로 왔는가?" "여덟 사람입니다." "데리고 와서 한꺼번에 조서를 꾸며라." 용아(龍牙)가 물었다. "학인이 막야검을 짚고 와서 스님의 목을 끊으려 하면 어찌하시겠습니까?" 대사가 목을 늘어뜨리니, 용아가 말했다. "머리가 떨어졌습니다." 대사가 빙그레 웃었다. 나중에 용아가 동산(洞山)에게 가서 앞의 이야기를 하니, 동산이 말했다. "덕산이 무어라 하던가?" "덕산은 아무 말이 없었습니다." "말 없다는 소리는 그만두고, 덕산의 떨어진 머리를 주워다가 노승께 바쳐라." 용아가 허물을 뉘우치고 사죄했다. 어떤 사람이 대사께 이야기하니, 대사가 말했다. "동산 노인은 좋고 나쁜 것도 모른다. 그 놈은 죽은 지가 언제인데 구원해서 무엇하려 하는가?" 어떤 선승이 물었다. "어떤 것이 보리입니까?" 대사가 때리면서 말했다. "나가거라. 이 속에다 똥을 누지 말아라." "어떤 것이 부처입니까?" "부처란 서천(西天)의 늙은 비구이니라." 설봉(雪峰)이 물었다. "위로부터의 종풍(宗風)은 어떤 법을 사람에게 보였습니까?" "나의 종(宗)에는 말할 것이 없다. 진실로 한 법도 남에게 전해줄 것이 없느니라." 암두(巖頭)가 듣고 말했다. "덕산 노인의 한 줄기 척추가 쇠보다 더 강해서 휘어도 꺾이지 않는다. 그렇다고는 하나 교법을 제창하는 부문에서는 아직도 비슷할 뿐이다." 대사는 평상시에 선승이 와서 물으면 매번 주장자로 때렸다. 임제(臨濟)가 이 말을 듣고, 시자를 보내 뵈면서 덕산이 그대를 때리거든 그저 주장자를 빼앗아 가슴을 한 대 때리라고 시켰다. 시자가 절을 하려는데 대사가 때리자 임제의 말대로 주장자를 빼앗아서 한 대 때리니, 대사가 방장으로 돌아갔다. 시자가 돌아와서 임제에게 이야기하니, 임제가 말했다. "전부터 그를 의심했었다." 대사가 상당하여 말했다. "물으면 허물이 있고, 묻지 않아도 어긋난다." 어떤 선승이 나와서 절을 하니, 대사가 때렸다. 이에 그 선승이 말했다. "제가 겨우 절을 했을 뿐인데 왜 때리십니까?" "네가 입을 열기를 기다려서 무엇하랴." 대사가 시자를 시켜 설봉(雪峰)을 불러오게 하여 설봉이 오니, 대사가 말했다. "나는 설봉을 불렀는데 네가 와서 무엇하겠는가?" 설봉은 대답이 없었다. 어떤 선승이 오는 것을 보고 대사가 문을 닫았다. 그 선승이 와서 문을 두드리니, 대사가 물었다. "누구인가?" "사자 새끼입니다." 대사가 문을 열어 주니, 그 선승이 절을 하였다. 이에 대사가 그의 목에 올라 앉아서 말했다. "이 짐승아, 어디를 갔다 왔느냐?" 설봉이 물었다. "옛 사람이 고양이 새끼의 목을 끊은 뜻이 무엇입니까?" 대사가 때려서 내쫓았다가, 다시 "대사여." 하고 부르면서 말했다. "알겠는가?" "모르겠습니다." "내가 이렇게도 간곡히 하는데 모르는가?" 어떤 선승이 물었다. "범부와 성인의 거리가 얼마입니까?" 대사가 할을 하였다. 대사가 병이 났는데 어떤 선승이 물었다. "병들지 않는 이가 있겠습니까?" "있다." "어떤 것이 병들지 않는 이입니까?" "아야 아야." 다시 대중에게 말했다. "허공을 두드리고 메아리를 쫓는 것은 그대들의 정신만을 괴롭히는 일이며, 꿈을 깨고 잘못을 깨닫는다지만 끝내 무슨 섬길만한 것이 있으랴." 말을 마치고는 태연히 앉아서 열반에 드니, 때는 당의 함통(咸通) 6년 12월 3일이니, 수명은 86세요, 법랍은 65세요, 시호는 견성(見性) 대사였다. * 성종(性宗) : 현상세계를 초월한 만유제법의 참된 체성을 논하는 종지. * 상종(相宗) : 만유본체의 문제보다 만유현상을 주로 연구하는 종지. * 그대가 배에 오르려 할 때에 30방망이를 때렸어야 좋았을 것이다 : 법안이 말하기를 "딱한 덕산(德山)이 말을 두 가닥으로 했구나." 하였다. 현각이 말하기를 "총림에서 격하시키는 말을 하는 것은 고사하고, 덕산이 묻는 자는 30방망이를 때리겠다고 말한 뜻이 무엇이겠는가?" 하였다. (원주) * 막야검 : 명검의 이름. 본래 갖춘 지혜를 비유한 말. * 대사가 목을 늘어뜨리니 : 법안(法眼)이 따로 대답하기를 "그대가 어디에다 손을 대겠는가?" 하였다. (원주) * 덕산 노인의 한 줄기 척추가 쇠보다 더 강해서 휘어도 꺾이지 않는다. 그렇다고는 하나 교법을 제창하는 부문에서는 아직도 비슷할 뿐이다 : 보복(保福)이 문제를 들어 초경(招慶)에게 묻기를 "암두(巖頭)가 세상에 나와서 어떤 말을 한 것이 덕산보다 낫기에 그렇게 말합니까?" 하니, 초경이 대답하기를 "그대는 보지 못했는가? 암두가 말하기를 사람이 활쏘기를 배우되 오래오래 하면 맞는다 하지 않았는가?" 하였다. 이에 보복이 말하기를 "맞은 뒤엔 어떠합니까?" 하니, 초경이 대답하기를 "보복은 아프고 가려움을 모르는 이가 아니오." 하였다. 이에 보복이 또 말하기를 "화상은 오늘 말만 하는 것이 아니시군요." 하니, 초경이 대답하기를 "보복은 오늘 무슨 마음씨인고?" 하였다. 이 때에 명소(明昭)가 말하기를 "초라한 초경이 말을 잘못했구나." 하였다. (원주) * 전부터 그를 의심했었다 : 암두(巖頭)가 말하기를 "덕산 노인은 항상 눈 앞의 주장자 하나를 믿고 부처가 와도 때리고 조사가 와도 때렸지만 비슷할 뿐이니 어찌 밝다 하랴." 하였다. 동선제(東禪齊)가 말하기를 "임제가 처음부터 그를 의심했었다 말한 것은 그를 긍정한 말인가? 부정한 말인가? 그 밖에 다른 도리가 있는가 판단해 보라." 하였다. (원주) 모셔온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