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제6조 미차가(彌遮迦)
그는 중인도 사람이니, 법을 전해 받은 뒤에 교화의 길을 떠나 북인도에까지 왔다가
망루 위에 금빛 나는 상서로운 구름이 뜬 것을 보고 찬탄했다.
"이는 도인의 서기이다. 반드시 대사(大士)가 있어 나의 법을 이으리라."
그리하여 성으로 들어오니, 떠드는 사람들 틈에 어떤 사람이 맞은편에서
손에 술 그릇을 들고 걸어오면서 물었다.
"스승은 어디서 오시며, 어디로 가시려 하오?"
미차가가 대답했다.
"스스로의 마음에서 비롯하였다고나 할까, 가려 해도 갈 곳이 없다."
그가 다시 물었다.
"내 손에 있는 물건을 알 수 있겠소?"
미차가가 대답했다.
"그것은 더러운 그릇으로서 청정함을 등진 것이다."
그가 다시 물었다.
"나를 아시겠소?"
미차가 존자가 말했다.
"'나'라 하면 알지 못할 것이요, 안다 하면 '나'가 아니리라."
또 말했다.
"그대의 성명이나 말해 보라. 그 다음엔 나도 본래의 인연을 말하리라."
하니 그는 게송으로 대답하였다.
나는 한량없는 겁부터
이 나라에 나기까지
성은 바라타라 하고
이름은 바수밀이라 하오
미차가가 말했다.
"나의 스승인 제다가께서 '세존께서 북인도를 지나시다가 아난에게 내가 열반에 든 지
300년에 성은 바라타요,
이름은 바수밀이라 하는 성인이 이 나라에 태어나 나의 선맥(禪脈)에서 일곱째 조사가
되리라고 하셨다' 하니, 세존께서 그대를 예언하신 것이다. 그대는 출가하라."
그는 곧 술 그릇을 땅에 놓고 스승의 곁에 서서 말했다.
"제가 지난 겁의 일을 기억하니, 한 신도의 몸으로서 어떤 여래께 보배 좌석을 바치니,
그 부처님이 '너는 현겁이 되면 석가의 법이 퍼지는 시기에 불법을 선전하리라' 하고
수기를 하셨는데 지금 스님의 말씀과 부합됩니다. 바라건대 저를 제도해 주소서."
미차가가 곧 머리를 깎아 주어 계상(戒相)을 뚜렷이 회복한 뒤에 말했다.
"정법안장을 이제 너에게 전하니, 끊이지 않게 하라."
그리고는 게송을 말했다.
마음이 없으니 얻을 것도 없어
말할 수 있으면 법이라 하지 못해
만약 마음이라 하면 마음이 아닌 줄 알아야
비로소 마음과 마음의 법을 안다 하리라
존자가 이 게송을 말한 뒤에 사자분신삼매(獅子奮迅三昧)에 들어 7다라수 높이까지
몸을 솟구쳤다가 다시 본래의 자리로 돌아오니,
변화한 불이 자연히 생기어서 스스로 태웠다.
바수밀이 사리를 거두어서 칠보의 함에 담아 부도(浮圖)를 가장 윗자리에 세우니,
양왕(襄王) 14년 갑신년이 었다.
* 계상(戒相) : 부처님이 제정한 율법을 실지로 행하는 여러 가지 모양. 여기서는
계행이 일치된 지위.
* 사자분신삼매(獅子奮迅三昧) : 사자와 같은 대위력의 삼매.
* 부도(浮圖) : 스님의 사리나 유골을 넣는 탑.
제7조 바수밀(婆須蜜)
그는 북인도국(北印度國) 사람으로서 성은 바라타였다. 항상 깨끗한 옷을 입고
손에는 술병을 들고 마을을 다니면서 읊조리기도 하고, 휘파람도 부니,
사람들이 미쳤다 하였다. 미차가 존자를 만나 여래의 예언을 전해 듣고
전생 인연을 깨달아 술그릇을 버리고 출가하였다.
법을 받은 뒤에 교화를 하면서 가마라국(迦摩羅國)에까지 가서 광대한 불사를 하였는데,
법좌(法座) 앞에 있던 한 슬기로운 사람이 소리내어 외쳤다.
"나의 이름은 불타난제인데 이제 스님과 이치를 토론하고자 합니다."
"그대가 토론한다면 그것은 이미 이치가 아니다. 참된 이치라면 토론할 수 없는 것이다.
만일 이치를 토론하려 하면 끝내 이치의 토론은 아닐 것이다."
불타난제는 스승의 법이 더 수승한 것을 알고 충심으로 탄복하여 흠모하면서 말했다.
"저는 도를 구하여 감로의 이슬에 젖고 싶습니다."
존자가 그의 머리를 깎아 주고 구족계를 주었다. 그리고는 다시 말했다.
"여래의 정법안장을 내가 지금 그대에게 전하니, 그대는 잘 지니라."
그리고는 게송을 말해 주었다.
허공 같은 마음으로
허공 같은 법을 보이니
참으로 둘 아닌 경지를 증득하면
옳은 법도 그른 법도 없다
존자가 바로 자심삼매(慈心三昧)에 드니 범왕, 제석과 여러 천인들이 모두 와서
절을 하고 게송을 말했다.
현겁의 여러 조사 가운데
일곱째 어른에 해당하시는
존자여, 저희들을 가엾이 여겨
부처의 경지를 말씀해 주오
존자가 삼매에서 일어나 대중에게 설법을 하였다.
"내가 얻은 법은 본래 있는 것이 아니다.
만일 부처의 경지를 안다면 그가 있고 없음을
여의었기 때문이다."
이 게송을 말하고 다시 삼매에 들어가서 열반을 나투었다.
난제가 그 자리에다 7보의 탑을 세우고,
전신을 봉안하니 정왕(定王) 17년 신미년이었다.
* 자심삼매(慈心三昧) : 중생을 연민하여 즐거움을 주려는 삼매.
모셔온글




'• 전 등 록 ' 카테고리의 다른 글
제11조 부나야사.제12조 마명 대사 (0) | 2011.08.15 |
---|---|
제8조 불타난제.제9조 복타밀다.제10조 협 존자 (0) | 2011.08.15 |
제3조 상나화수.제4조 우바국다.제5조 제다가 (0) | 2011.08.15 |
제1조 마하가섭. 제2조 아난(阿難) (0) | 2011.08.15 |
석가모니불(釋迦牟尼佛) (0) | 2011.08.15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