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퐁당 퐁당

산마다 골짜기가 있듯이

불암산 2009. 5. 1. 20:23

산마다 골짜기가 있듯이.../신 영





산을 오르다보면 먼저 오른 사람들의 발자국을 만난다.
오랜 세월 박혀있을 바위들이 오고가는 사람들의 발걸음에
기쁨과 슬픔을 달래줬을 법한 긴 세월을 말해주듯이...
닳고 달아 반질반질 윤기마저 흐른다.

세월의 바람과 비 그리고 혹한 추위도 마다하지 않고 견뎠을
한 자리 묵묵히 앉아있는 바위들은 가히 장관이다.
요즘처럼 서로가 서로를 믿기 어려운 세상에서는 그 믿음이,
신뢰가 어느 종교만큼이나, 역사와 문화만큼이나 귀하다는
생각이 머리를 잠깐 스치고 지나간다.

높은 산일수록 계곡은 깊어진다.
계곡이 깊어지니 더욱 좁아지고
파란 하늘과 고운 햇살은 골짜기만큼만 빠꼼히 보여지는 것이다.
골짜기마다에 살아 숨쉬는 사람과 동물 그리고 미생물에 이르기까지
'생명의 귀함'을 그대로 느끼는 것이리라.
때론 잊어버리고, 잃어버리고 살았던 살아있음의 감사가,
일상에서의 호흡하는 누림이 절로 감사로 터져 나오는 것일 게다.

살다보면, 어찌 좋은 일만 있을까.
이렇듯 산을 오르다 보면 가시밭길에 엉겅퀴도 만나 찔리기도 하고
손과 얼굴 그리고 몸에 상채기도 남는 일인 것이다.
그러나 높은 산에 올랐을 때의 감격이란 마음에서 누리는
또 하나의 삶의 기쁨이고 환희일 것이다.
이렇듯 고비, 고비마다에서 만나고 느끼는 일이 삶인 것이리라.

높은 산일수록 골짜기가 깊듯이...
자신의 산 높이만큼의 골짜기를 가지고 살고 있지 않을까.
우뚝 솟은 산봉우리만 바라보면 어찌 골짜기가 보일까.
하지만, 산마다 골짜기가 있는 것이다.
우리들의 삶 가운데 좋은 일, 나쁜 일이 어찌 따로 있을까.
네 일 , 내 일이 어찌 따로 정해져 있겠는가.
기쁨 가득한 일 이면에는 또 다른 슬픔과 고통도 있는 것이리라.
이렇듯 산마다 골짜기가 있는 것처럼...

내게 닥친 어려운 일들이...
내게만, 내 가정에만 있는 것이 아님을 알기에 용기를 갖을 수 있고,
내게 찾아 온 기쁨의 일들이...
내게만, 내 가정에만 찾아 온 것이 아님을 알기에 겸손할 수 있는 것이리라.
이렇듯 오늘 만나는 모든 일들이 소홀히 버릴 수 없는 일임을...
오늘 만난 사람들이 그럭저럭 흘려보낼 인연이 아님을 아는 것이리라.
바로, 삶 가운데서 만나고 느끼는 감사가 '지혜'가 되는 것이다.

내 마음의 높은 산,
그 산에 있는 깊은 골짜기를...
가만히 만나볼 수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다.
삶의 여정에서 만나 가는 일들을...
인생 여정에서 만나 가는 귀한 인연들을...
그 하나 하찮게 여길 것이 없음을..

*옮긴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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