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혜 결사문
정혜결사문 2
불암산
2011. 8. 15. 11: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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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임따라 인연따라 성품기르며
걸림없이 살면 실로 통쾌한 일
歲在壬寅正月
세재임인정월
赴上都普濟寺談禪法會
부상도보제사담선법회
一日與同學十餘人 約曰罷會後
일일여동학십여인 약왈파회후
當捨名利 隱遁山林 結爲同社
당사명리 은둔산림 결위동사
常以習定均慧 爲務 禮佛轉經
상이습정균혜 위무 예불전경
以至於執勞運力 各隨所任而經營之
이지어집로운력 각수소임이경영지
隨緣養性 放曠平生
수연양성 방광평생
遠追達士眞人之高行則豈不快哉
원추달사진인지고행즉기불쾌재
나는 임인년 정월에 서울 보제사의 담선법회에 나아갔다가,
어느 날 동학 십여인과 함께 약속하기를
“이 법회가 끝나면 응당 명리를 버리고 산림에 숨어서 함께 한마음이 되어
항상 선정을 익히고 지혜 닦기를 힘쓰며, 예불하고, 경 읽으며,
울력하는데이르기까지 각자 소임에 따라 경영하여 인연 따라 성품을 기르며
평생을 걸림없이 살면서 멀리로는 달사와 진인의 높은 행을 따른다면
어찌 통쾌하지 않겠는가” 하였다.
諸公聞語曰 時當末法 正道沈隱
제공문어왈 시당말법 정도침은
何能以定慧 爲務 不如勤念彌陀
하능이정혜 위무 불여근념미타
修淨土之業也
수정토지업야
이 말을 듣고 여러 사람이 이런 뜻으로 말했다.
“지금은 말법(末法) 시대라 정도가 숨었는데 어찌 선정과 지혜 닦기에 힘쓰겠는가.
차라리 아미타불을 부지런히 염불하여 극락정토의 업을 닦는 것만 못하리라.”
余曰時雖遷變 心性不移
여왈시수천변 심성불이
見法道之興衰者 是乃三乘權學之見
견법도지흥쇠자 시내삼승권학지견
有智之人 不應如是 君我逢此最上
유지지인 불응여시 군아봉차최상
乘法門 見聞薰習 豈非宿緣
승법문 견문훈습 기비숙연
而不自慶 返生絶分
이불자경 반생절분
甘委權學人則可謂睾負先祖
감위권학인즉가위고부선조
作最後斷佛種人也
작최후단불종인야
念佛轉經 萬行施爲 是沙門
염불전경 만행시위 시사문
住持常法 豈有妨碍 然不窮根本
주지상법 기유방애 연불궁근본
執相外求 恐被智人之所嗤矣
집상외구 공피지인지소치의
華嚴論云 此一乘敎門
화엄론운 차일승교문
以根本智爲所成 名一切智乘
이근본지위소성 명일체지승
이에 나는 이렇게 대답했다.
“시간은 비록 변천한다지만 사람의 심성(心性)은 변하지 않는다.
법도(法道)에 흥쇠가 있다고 보는 것은
삼승권학(三乘權學:성문(聲聞)·연각(緣覺)·보살(菩薩) 등 삼승인을 위하여
방편으로 가르친 것)이며, 지혜 있는 사람은 그렇지가 않다.
그대들과 나는 가장 훌륭한 교법(敎法)을 만나서 보고, 듣고, 익히니
어찌 과거로부터 쌓아온 인연이 아니겠는가.
그런데도 스스로 경사로 여기지 않고 도리어 그런 인연을 끊어버리고
권학인(權學人:삼승의 근기를 가진 사람)으로 만족한다면 이는 선조의
뜻을 저버리고 끝내는 부처의 종자마저 끊어버리는 사람이 되고 만다.
염불하고 독경하고 만행(萬行)을 닦는 것은 사문(沙門)으로서 항상 행하는 법이니
어찌 서로 방해가 되겠는가.
그러나 근본을 공부하지 않고 형상에 집착하여 밖에서 구한다면 지혜 있는
사람의 웃음거리가 되고 말 것이다.
그래서 <화엄론>에도 보면 ‘일승교문(一乘敎門:일체 중생이 성불한다는 입장에서
그 구제하는 교법이 하나뿐이고 또한 절대 진실한 법의 문)은
근본지(根本智:일체 현상은 본질에서는 차별이 없는 것을 아는 지혜)로써
성취하는 것이므로 일체지승(一切智乘:모든 존재에 관해 포괄적으로 아는
대승적인 지혜를 이름)이라고 이름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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