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전 등 록

서주(舒州) 투자산(投子山) 대동(大同) 선사.

불암산 2011. 8. 17. 03:43

      서주(舒州) 투자산(投子山) 대동(大同) 선사 그는 서주 회녕 사람이니, 성은 유(劉)씨였다. 어릴 때에 낙하(洛下) 보당(保唐)의 만(滿) 선사에 의해 출가하여 처음에는 안반관(安般觀)을 익히다가 다음에는 화엄(華嚴)을 보고 성품의 바다를 깨달았다. 그러다가 다시 취미산의 법회에 가서 선종의 종지를 단박에 깨달았다. 이로부터 놓아 버리고 두루 다니다가 . 고향으로 돌아와서 투자산에다 초막을 짓고 살았다. 어느 날, 조주 화상이 동성현(桐城縣)에 온다기에 대사도 산을 내려가 도중에서 만났으나 서로 알아보지 못했다. 조주가 속인들에게 몰래 물어서 투자임을 알고 가까이 와서 물었다. "투자산의 주인이 아니십니까?" "용돈이나 한 푼 주시오." 조주가 먼저 암자에 와서 앉아있는데 대사가 나중에 기름 한 병을 들고 돌아왔다. 이에 조주가 말했다. "투자의 소문을 들은 지 오래건만, 와서 보니 기름 장수 늙은이뿐이로군요." "그대는 기름 장수 늙은이만 보았지, 투자는 알아보지 못하는군요." "어떤 것이 투자입니까?" "기름이오. 기름." 조주가 다시 물었다. "죽음 속에서 살 길을 얻은 때에는 어떠합니까?" "밤에 다니는 것은 허락하지 않으니 밝거든 오시오." "내가 후백(候白)이라 여겼더니, 다시 후흑(侯黑)이 있구나." 이로부터 대사의 이름이 천하에 퍼지니, 운수(雲水)의 무리가 많이 모여들었다. 무리를 향해 말했다. "그대들, 여러분이 여기에 와서 신선한 어구를 찾기 위해 화려한 문체와 화술을 다듬고, 입으로는 할 말이 있어야 되겠다고 여기지만 늙은 나는 기력이 부치고 입술과 혀가 둔하다. 만일 그대들이 묻는다면 나는 그저 물음에 따라 대답하겠으나, 그대들에게 전해 줄 현묘함은 없다. 또 그대들에게 화살받이가 되라고 가르치지도 않고, 향상(向上)과 향하(向下)와 부처와 법과 범부와 성인이 있다고 말하지도 않으며, 또한 앉아 있는 것에 얽매여 있으라고도 하지 않는다. 그대들, 모두가 천 가지 변화를 부린다고 하여도 모두 그대들 스스로 알음알이로 낸 짐을 지고 와서 스스로가 짓고 스스로가 받는 것이다. 그러나 여기에는 아무것도 그대들에게 줄 것이 없고, 감히 속일 수도 없고, 안팎도 말할 수 없다. 그대들은 알겠는가?" 이때에 어떤 선승이 물었다. "안이니 밖이니도 받아들이지 않을 때엔 어떠합니까?" "그대는 그 속에서 화살받이가 되려 하는가?" "대장교(大藏敎, 대장경) 속에도 기특한 일이 있습니까?" "대장교를 연출하였느니라." "어떤 것이 눈을 뜨기 전의 일입니까?" "눈이 맑고 길고 넓어서 청련(靑蓮) 같으니라." "모든 부처와 불법이 모두 이 경에서 나왔다니, 어떤 것이 이 경입니까?" "그러한 이름으로 그대들은 잘 받들어 지녀라." "마른 나무 속에도 용의 읊조림이 있습니까?" "나는 해골 속에도 사자의 울부짖음이 있다고 하노라." "한 법이 온갖 중생에게 두루 적신다 하니, 어떤 것이 한 법입니까?" "비가 내리는구나." "한 티끌이 법계를 머금을 때엔 어떠합니까?" "벌써 몇 티끌이 되었구나." "금 사슬이 열리기 전은 어떠합니까?" "열렸다." "학인이 수행을 하고자 할 때는 어찌합니까?" "허공은 무너진 일이 없었느니라." 설봉(雪峰)이 모시고 섰는데 대사가 암자 앞의 돌덩어리 하나를 가리키면서 말했다. "삼세의 부처님이 모두 저 속에 있느니라." "저 속에 있지 않다는 것도 알아야 합니다." 대사가 그대로 암자로 돌아가서 앉았다. 어느 날, 설봉이 대사를 따라 용면(龍眠) 암주(庵主)를 찾아가다가 물었다. "용면으로 가는 길이 어디입니까?" 대사가 주장자로 앞쪽을 가리키니, 설봉이 말했다. "동쪽으로 갈까요, 서쪽으로 갈까요?" "깜깜하구나." 다른 날에 설봉이 또 물었다. "한 망치로 당장 이루어졌을 때엔 어떠합니까?" "성질이 조급한 사람이 아닐까?" "한 망치도 빌리지 않을 때엔 어떠합니까?" "깜깜하구나." 어느 날, 대사가 암자에 앉아있는데 설봉이 물었다. "화상이시여, 여기에도 뵈러오는 이가 있습니까?" 대사가 평상 밑에서 괭이를 들어 앞에다 던지니, 설봉이 말했다. "그러면 파야 하겠습니다." "깜깜하여 답답하구나." 설봉이 떠나는데 대사가 문까지 전송을 나와 갑자기 "도자(道者)여." 하고 불러 설봉이 고개를 돌리고 대답하니, 대사가 말했다. "가는 길에 조심하라." 어떤 선승이 물었다. "묵은 해가 가고 새해가 왔는데 이 두 길에 걸리지 않는 것이 있습니까? 없습니까?" "있다." "어떤 것이 두 길에 걸리지 않는 것입니까?" "설날 아침이 밝으니 만물이 새롭구나." "비슷해서 반달 같고, 모양 없는 세 개의 별과 같은 것은 하늘 땅도 거두지 못하니, 스님은 어느 곳을 향해서 밝히시겠습니까?" "무어라 하는가?" "생각컨대 스님은 다만 고인 물의 물결은 있어도, 하늘을 찌르는 파도는 없으시군요." "부질없는 소리로구나." "같은 종류에서 왔을 때엔 어떠합니까?" "인간 종류에서 왔는가? 말 종류에서 왔는가?" "부처가 부처에게 전하고, 조사가 조사에게 전했다 하니, 무슨 법을 전했습니까?" "나는 부질없는 말은 모른다." "어떤 것이 문에서 나와 부처를 보지 못한 것입니까?" "볼 것도 없느니라." "어떤 것이 방에 들어와서 부모를 여의는 것입니까?" "태어난 적도 없느니라." "어떤 것이 불길 속에 몸을 숨기는 것입니까?" "어디 숨을 곳이 있느냐?" "어떤 것이 숯더미 속에 몸을 숨기는 것입니까?" "나는 그대가 옻[漆]같이 검다 하노라." "분명하면서도 밝히지 못할 때엔 어떠합니까?" "밝다." "어떤 것이 말후구(末後句)입니까?" "최초도 밝힐 수 없다." "싹을 보면 땅을 알고, 말하는 것을 보면 사람을 안다는데, 무엇으로 판단하고 압니까?" "당겨도 당겨지지 않는다." "선원 안에 있는 삼백 명 가운데 숫자에 들지 않은 사람도 있습니까?" "100년 전과 50년 뒤를 보라." 대사가 어떤 선승에게 물었다. "소산(疎山)의 생강을 오랫동안 누린 것은 이것이 아닌가?" 선승이 대답이 없었다. 어떤 선승이 물었다. "박옥(璞玉)을 안고 스님께 귀의하오니, 스님께서 잘 새겨 주십시오." "기둥이나 대들보감이 못 된다." "그렇다면 변화가 몸 나갈 길이 없겠습니다." "메고 다니려면 절룩거리면서 고생하겠다." "메고 다니지 않을 때엔 어떠합니까?" "그대처럼 '박옥을 안고 스님께 귀의하오니, 새겨 주십시오.' 라고 하지 않는다." "나타 태자가 뼈를 쪼개서 아버지께 바치고 살은 베어서 어머니께 드렸다는데 어떤 것이 나타 태자의 본래 몸입니까?" 대사가 손에 들었던 주장자를 던졌다. 또 물었다. "불법이라는 두 글자의 청탁(淸濁)을 어떻게 가려야 합니까?" "불법이 청탁이니라." "학인이 잘 모르겠습니다." "그대는 아까부터 무엇을 물었는가?" "모두가 같은 물인데 왜 바닷물은 짜고, 강물은 싱겁습니까?" "하늘에는 별이요, 땅에는 나무늬라." "어떤 것이 조사의 뜻입니까?" "미륵이 수기한 곳을 찾아도 찾지 못했다." "화상께서 여기에 살기 시작한 이래 어떤 경계가 나타났습니까?" "귀밑머리를 딴 계집아이의 머리가 실같이 희구나." "어떤 것이 무정설법(無情說法)입니까?" "오(惡)." "어떤 것이 비로자나입니까?" "이미 이름이 생겼구나." "어떤 것이 비로자나의 스승입니까?" "비로자나가 있기 전에 이미 알았다." "뛰어난 한마디를 말씀해 주십시오." "호(好)." "사방의 산이 조여들 때엔 어떠합니까?" "오온이 모두 공했다." "한 생각도 나기 전엔 어떠합니까?" "참으로 부질없는 말이구나." "범부와 성인의 거리가 얼마입니까?" 대사가 선상에서 내려섰다. "학인이 하나를 물으면 화상께선 곧 대답하시니 만일 천만 번 물으면 어찌하겠습니까?" "닭이 알을 품은 것 같으니라." "하늘 위와 하늘 아래서 '나'가 가장 높다는데 어떤 것이 '나'입니까?" "그 늙은이[老胡, 부처님을 말함]를 넘어뜨린들 무슨 허물이 있었겠는가?" "어떤 것이 화상입니까?" "맞이하여도 그 머리를 볼 수 없고, 쫓아가도 그 모습을 볼 수 없다." "등상을 조성하다가 채 이루지 못했을 때엔 몸이 어디에 있습니까?" "어지럽게 조작하지 말라." "그렇지만 현전에 나타나지 않는데야 어쩌겠습니까?" "어디에 숨었던가?" "눈 없는 사람은 어떻게 걸음을 걷습니까?" "시방에 두루하느니라." "눈이 없는데 어찌 시방에 두루합니까?" "눈을 붙일 수 있겠는가?" "어떤 것이 서쪽에서 오신 뜻입니까?" "숨지 않았다." "달이 둥글지 않을 때엔 어떠합니까?" "두 개이건 세 개이건 삼켜 버려라." "둥근 뒤엔 어떠합니까?" "일곱 개이건 여덟 개이건 토해 버려라." "해와 달이 밝기 전엔 부처와 중생이 어디에 있었습니까?" "내가 성내는 것을 보거든 성낸다 하고, 내가 기뻐하는 것을 보거든 기뻐한다 해라." 대사가 어떤 선승에게 물었다. "어디서 왔는가?" "동서산(東西山)에 가서 조사님께 예배하고 옵니다." "조사는 동서산에 있지 않다." 선승이 대답이 없었다. 어떤 선승이 대사께 물었다. "어떤 것이 현묘한 가운데의 분명한 것입니까?" "그대의 입으로 말해서는 도달하지 못한다." "우두(牛頭)가 4조를 보기 전엔 어떠합니까?" "남의 스승이 되어 주느니라." "본 뒤엔 어떠합니까?" "남의 스승이 되어 주지 않는다." "부처님들이 세상에 나신 것은 오직 일대사인연(一大事因緣) 때문이라 하는데, 어떤 것이 일대사인연입니까?" "윤사공(尹司空)이 나에게 개당(開堂) 할 것을 청했다." "어떤 것이 부처입니까?" "허깨비는 구할 수 없느니라." "천 리를 걸어 스승을 찾아왔으니, 스님께서 한번 가르쳐 주십시오." "오늘은 내가 허리가 아프다." 채두(菜頭)가 방장에 들어와서 법을 물으니, 대사가 말했다. "갔다가 아무도 없을 때에 오면 말해 주리라." 이튿날 채두가 아무도 없는 틈을 타서 다시 와 말해 달라고 하니, 대사가 말했다. "가까이 오너라." 채두가 가까이 가서 서니, 대사가 말했다. "함부로 남에게 이야기하지 말라." "목구멍과 입술을 닫고 말씀해 주십시오." "그대는 다만 내가 말을 못하기를 바라는구나." "달마가 오기 전엔 어떠합니까?" "하늘과 땅에 두루했느니라." "온 뒤엔 어떠합니까?" "덮어도 덮을 수 없느니라." "화상께서 선사(先師) 스님을 뵙기 전엔 어떠했습니까?" "온통 몸이어서 어쩌지 못했다." "선사를 뵈온 뒤엔 어떠합니까?" "온통 몸이어서 두드려도 부서지지 않았다." "스승에게 얻은 것이 있습니까?" "끝내 서로 저버리지는 않았다." "그러면 스승에게서 얻었군요." "스스로 분명한 눈이라야 뒤쫓아 얻는다." "그러시면 선사를 저버리신 것입니다." "선사만을 저버린 것이 아니라 나 스스로도 저버렸다." "7불은 문수의 제자라는데 문수도 스승이 있습니까?" "아까부터 그렇게 말하는 것이 흡사 자기를 낮추고 남에게 미루는 것 같구나." "금닭이 울기 전엔 어떠합니까?" "그런 소리가 없겠지." "운 뒤엔 어떠합니까?" "제각기 시간을 안다." "사자는 짐승의 왕인데 어찌하여 육진에 끄달립니까?" "크게 아상(我相)과 인상(人相)이 있기 때문이니라." 대사가 투자산에 산 지 30년 동안에 왕래하면서 깨우침을 받고 배우는 이가 항상 방에 가득하였는데, 대사는 그들을 받아들여 두려움 없는 변재로 물음에 따라 즉석에서 대답해 주니, 안팎에서 쪼아서 이루어진 좋은 문답이 퍽 많으나 이제 그만 기록한다. 당의 중화(中和) 때에 황소(黃巢)의 난리가 나서 천하가 어지러워졌을 때에 미친 무리가 칼을 들고 산으로 올라와서 대사께 물었다. "이게 무엇하는 것인가?" 대사가 알맞게 설법해 주니, 괴수가 듣고 굴복하여 절을 하고, 몸에 입었던 옷을 벗어 바치고 떠났다. 대사가 건화(乾化) 4년 4월 6일에 병이 나자 대중이 의원을 청하니, 대사가 말했다. "사대의 움직임이 모였다 흩어졌다 하는 것은 예사이니, 그대들은 걱정을 말라. 내가 알아서 잘 보전하리라." 말을 마치자 가부좌를 맺고 앉아서 입멸하니, 수명은 96세요, 시호는 자제(慈濟) 대사요, 탑호는 진적(眞寂)이라 하였다. #안반관(安般觀) : 수식관. 숨을 헤아려 마음의 흔들림을 막는 것. #내가 후백이라 여겼더니, 다시 후흑이 있구나 : 대동(大同)과 종심 두 사람이 서로 문답한 것은 각각 본집(本集)에 있는데 그 말이 간결 건장하고 뜻이 깊고 힘차므로 사람들이 "투자와 조주는 뛰어난 무리의 작용을 얻었다." 하였다. (원주) 후백은 중국에서 사람을 잘 속이기로 유명한 자였는데 후흑이란 여자에게 오히려 속임을 당했다는 일화가 있다. #중이 대답이 없었다 : 법안(法眼)이 대신 말하기를 "화상과 거듭 누린 지 오래입니다." 하였다. (원주) #변화(卞和) : 박옥을 춘추시대 초나라 무왕(武王)에게 바친 사람인데 그 구슬이 가짜라고 하여 발꿈치를 잘린다. 그러나 초의 문왕(文王)이 즉위하여 슬피우는 변화를 기이하게 여겨 그 구슬을 다듬게 하니 과연 박옥이 나타났다는 한비자(韓非子)에 나오는 이야기의 주인공. #하늘에는 별이요, 땅에는 나무늬라 : 법안이 따로 말하기를 "대단히 서로 어기는 것과 같다." 하였다. (원주) #조사는 동서산에 있지 않다 : 법안이 대신 말하기를 "화상은 조사를 아십니까?" 하였다. (원주) 모셔온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