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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조 불타난제.제9조 복타밀다.제10조 협 존자

불암산 2011. 8. 15. 17:34

      제8조 불타난제(佛陀難提) 그는 가마라국(迦摩羅國) 사람으로서 성은 구담이었으니, 정수리에 육계(肉계)가 있고, 말재주가 막힘이 없었다. 처음에 바수밀 존자를 만나 출가하여 교법을 받았는데, 오래지 않아 무리를 거느리고 교화를 떠나 제가국(提伽國)의 서울에 있는 비사라라는 이의 집에 이르니, 지붕 위에 흰광명이 위로 솟는 것이 보였다. 그가 제자들에게 말했다. "이 집에는 반드시 성인이 있을 것이다. 입으로 말은 못하나 참으로 대승의 그릇이요, 사방의 거리를 다니지는 못하나 더러운 것은 알리라." 말을 마치자 장자가 나와서 인사를 드리고, 이어 무엇을 요구하느냐고 물었다. 존자가 대답했다. "나는 시자를 구한다." 장자가 말했다. "나에게 복타밀다라 하는 외아들이 있는데 나이가 이미 오십이 되었건만 아직 말도 못하고 걷지도 못합니다." 존자가 대답했다. "그대의 말과 같다면 그가 참으로 나의 제자이다." 존자가 그를 보니, 벌떡 일어나 절을 하고 게송을 말했다. 부모도 나와 친한 이가 아니니 누가 가장 친한 이인가요 모든 부처님이라 할지라도 나의 도라고는 못하리니 무엇이 가장 거룩한 도인가요 존자가 게송으로 대답했다. 네 말이 마음과 친하면 부모에 견줄 바 아니요 네 행이 도와 합하면 모든 부처님 마음도 곧 이것이다 밖으로 형상있는 부처를 구하면 너와 같은 바탕이 아니리니 너의 근본 마음을 알고자 하면 합하지도 말고 여의지도 말아라 복타밀다가 존자의 묘한 게송을 듣고 곧 일곱 걸음을 걸었다. 존자가 말했다. "이 사람이 옛적에 부처님을 만나 비원(悲願)이 광대하였는데 부모의 애정을 버리기 어려울까 염려하여 말도 하지 않고 걷지도 않았었다." 그때에 장자는 곧 아들을 놓아주어 출가케 하였고, 존자는 이어서 구족계를 주었다. 그리고 다시 말했다. "내가 여래의 정법안장을 그대에게 전하노니, 끊이지 않도록 잘 지니라." 그리고는 게송을 말했다. 허공이 안팎이 없듯이 마음법도 그러하다 만일 참으로 둘 아닌 경지를 깨달으면 이것이 진여의 이치에 사무친 것이다 복타밀다가 스승의 법을 받고 나서 게송으로 찬탄하였다. 나의 스승은 선맥의 조사 중에 여덟째 지위를 차지하시고 한량없는 무리를 교화하시니 모두가 아라한을 얻게 되었네 그 때에 불타난제 존자가 신통변화를 나타내셨다가 다시 제자리로 돌아 와서 점잖게 열반에 드시니, 대중이 탑을 세워 전신을 그대로 봉안했다. 이는 곧 경왕(景王) 10년 병인년이었다. * 육계(肉계) : 머리 정수리에 튀어나온 살로 부처님의 신체 특징 중 하나. 제9조 복타밀다(伏 蜜多) 그는 제가국(提伽國) 사람이니, 성은 비사라였다. 불타난제의 법을 받은 뒤에 중인도로 가서 교화를 할 때에 향개(香蓋)라는 장자가 외아들의 손을 잡고 와서 존자께 예배하고 말했다. "이 아이가 탯속에 60년이나 있었으므로 난생(難生)이라 부릅니다. 그리고 일찍이 한 선인을 만났는데 이 아이를 보고 말하기를 '범상치 않으니, 반드시 법기가 되리라' 하였습니다. 이제 존자를 만났으니, 출가케 하고자 합니다." 존자가 곧 머리를 깎아 주고 또 계를 주었는데, 갈마(僿磨)를 할 때에 상서로운 광명이 자리를 비추고 사리 37개가 나타났다. 이로부터 피로함을 잊고 부지런히 정진하였는데 오래지 않아 스승이 말했다. "여래의 정법안장을 너에게 전하노니, 잘 간직하여라." 그리고 게송을 말했다. 진리란 본래 이름할 수 없으나 이름에 의하여 진리를 나타내니 진실한 법을 받아 얻으면 참도 아니요 거짓도 아니다 존자가 법을 전한 뒤에 멸진삼매(滅盡三昧)에 들어 열반하니, 대중이 향 기름과 전단으로 유체를 화장하고 사리를 모아서 나란타 절에 탑을 세웠다. 이는 곧 경왕(敬王) 33년 갑인년이었다. * 갈마(僿磨) : 계를 받거나 참회하는 의식. * 멸진삼매(滅盡三昧) : 깨달았다는 것조차 없는 선정. 제10조 협 존자(脇尊者) 그는 중인도 사람으로서 본래의 이름은 난생이었다. 존자가 탄생할 때에 그의 아버지의 꿈에 한 마리의 흰 코끼리 등 위에 보배 좌석이 있고, 좌석 위에는 밝은 구슬 하나가 놓였는데 광채가 문으로 들어와 사방으로 비치는 것을 보았다. 이런 꿈에서 깨어나 존자를 낳았다. 뒤에 복타밀다 존자를 만나 곁에서 시봉을 하는데 잠시도 자지 않았다. 곧 겨드랑이를 자리에 대는 일이 없으므로 협 존자라 부르게 되었다. 처음 화씨국(華氏國)에 이르러 어느 나무 밑에서 쉬다가 오른손으로 땅을 가리키면서 말했다. "여기가 금빛으로 변하면 성인이 이 모임으로 들어오리라." 이 말을 마치자 땅이 금빛으로 변하면서 부나야사(富那夜奢)라는 장자의 아들이 합장하고 그 앞에 섰다. 존자가 물었다. "너는 어디서 왔느냐?" 야사가 대답했다. "내 마음은 가는 곳이 없습니다." "너는 어디에 머무는가?" "내 마음은 그침도 없습니다." "너는 머무름도 없다는 말이냐?" "모든 부처님들도 그러하십니다." "너는 모든 부처가 아니다." "모든 부처라 해도 존귀한 자는 아닙니다." 존자가 이어서 게송을 말했다. 이 땅이 금빛으로 변하니 성인이 이르러 보리수 밑에 앉아서 깨달음의 꽃을 피울 것이다 야사도 게송을 말했다. 스승께서 금빛 땅에 앉아 항상 진실한 이치를 말씀하여 빛을 돌이켜 비추도록 해서 나를 삼매에 들게 하시네 존자가 그의 뜻을 알고 곧 제자로 삼고, 또 구족계를 주었다. 그리고 다시 분부했다. "여래의 정법안장을 그대에게 전하니, 그대는 잘 지니라." 그리고는 이어 게송을 말했다. 참 본체는 스스로 이러-해서 참다우니 참다움으로써 진리를 말한다 참되게 참법을 깨달으면 행할 것도 그칠 것도 없다 존자가 법을 전한 뒤에 신통변화를 나타냈다가 열반에 드니, 삼매의 불이 나서 저절로 탔다. 네 무리가 제각기 옷자락에다 사리를 담아다가 곳곳에다 탑을 세우고 공양하니, 정왕(貞王) 28년 기해년이었다 모셔온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