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기쉬운 禪
유화유락 무풍서자비
불암산
2011. 8. 13. 06:28
유화유락 무풍서자비(不雨花猶落 無風絮自飛) -비가 오지 않아도 꽃은 지고 바람이 불지 않아도 버드나무가지는 저절로 흔들린다 8월 어느 날 한 수행자가 스승에게 "나팔꽃은 아침 이슬을 머금고, 오동나무 잎사귀는 이미 가을 바람에 흔들리고 있습니다. 이런 현실에서 어떻게 인생의 진실을 체득할 수 있을까요?"하고 물었습니다. 스승 조주(趙州)가 대답했습니다. "비가 오지 않아도 꽃은 지고 바람이 불지 않아도 버드나무 가지는 흔들리네 "이것도 눈앞의 풍경으로 진리를 말하고 있습니다. 어느 시인의 시(禪語6 참조)가 생각납니다. "무상(無常)"이라고 하면, 흔히 꽃이 지는 것을 생각하고 그것을 비바람의 탓으로 돌리는데, 그것은 잘못입니다. 꽃은 피었을 때 이미 지는 첫걸음을 내어 딛고 있습니다. 지는 원인이 안에 있으므로 비바람은 간접적인 원인에 불과하다는 것을 이 어구가 가르치고 있는 것입니다. 그러나 "꽃은 피었으니 반드시 지게 마련입니다. 인간도 태어났으니 반드시 죽는다"고 쓸쓸함과 슬픔에 초연하여 눈물 한 방울 흘리지 않고 전혀 슬퍼하지 않는 것을 가리켜 득도(得道)했다고 할 수는 없습니다. "비가 오지 않아도 꽃은 지고 바람이 불지 않아도 버드나무 가지는 저절로 흔들린다"는 말을 가슴으로 실감해야 스승의 가르침을 알았다고 할 수 있습니다. 서행법사(西行法師: 1118-1190)는 노래하고 있습니다. 봄바람이 꽃을 날리는 꿈을 꾸면 깨어나도 가슴이 두근거리는구나 시인은 피는 꽃 자신이 이미 지는 필연성을 갖고 있으므로 봄바람이 꽃을 지게 한다는 생각이 잘못이라는 것을 알고 있어도 여전히 가슴이 두근거린다는 것입니다. 이 "깨어나도 가슴이 두근거리는구나"가 귀한 것입니다. 백은(白隱) 선사의 가르침으로 도를 깨친 여장부가 있었습니다. 불행하게도 그녀는 사랑하는 딸을 잃었습니다. 그런데 세상의 일반 여성과 마찬가지로 그녀는 크게 소리내어 울었으므로, 동문인 불자들이 "도를 깨쳤을 텐데"하고 비웃었습니다. 그러나 그녀는 그들을 상대도 하지 않았습니다. 그렇다면 득도(得道)란 무엇인가? 그것은 "깨어나도 여전히 두근거리는 가슴"을, 비가 오지 않아도 꽃이 지고 바람이 불지 않아도 버드나무 가지가 흔들리는 이치를 깨달아, 슬플 때에는 울기도 하는 데에 있는 것이 아닐까요. 인간성을 무시하지 않으면서 인간성을 초월하여 눈물을 흘리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모셔온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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